입원기간이 길어지자 병원 관계자들은
“인공호흡기가 병원에 부족해요”, “산재보험 인정이 안
된대요”, “병실이 없어 다른 환자가 입원할 수 없대요” 등
온갖 이유를 대며 나에게 성모의 퇴원을 강요했다.
내 어찌 그들의 안타까운 사정들을 모를 수 있겠는가?
하지만, ‘내가 어떻게 환자를 강제 퇴원을 시키나?’ ‘나
보고 어쩌라고?’ 하며 애써 모른 체하면서 버텼다. 그때
는 내가 용감한 것인지 무모한 것인지 생각할 여유도 없
었다. 분명히 어머니에게는 더한 압력이 가해졌을 것이
었다.
“어쩌죠, 선생님? 집안이 어려워서 아직 치료비를 다 못
냈어요, 정말 죄송해요” 어머니께서는 마치 큰 죄인처럼
고개를 연신 깊숙이 숙여가며 나에게 사정하셨다.
그럴 때마다 나는 “앞이 안 보이니 대안이 나올 때까지 이
대로 그냥 가보죠”라는 막연한 말만 하고는 흰 가운을 펄
럭이며 홀연히 뒤돌아서곤 했다.
‘그래도 봄날은 온다!’라고 할까? 많은 우여곡절 끝에 성
모를 위한 후원금이 모금되어 가정용 인공호흡기를 구매
할 수 있었다.
퇴원! 이제 집에서 장기 치료를 할 수 있게 됐다.
참으로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이었다.
2012년 3월 22일, 성모의 어머니는 KBS TV 프로그램
'보물섬'에서 사랑과 감동의 프로젝트 휴먼터치 ‘인연’의
주인공이 됐다.
그 방송은 다음과 같은 멘트로 진행됐다.
‘어렸을 때부터 잔병치레도 없이 건강했었고 해병대를 전
역했을 만큼 늠름하고 건장한 젊은이. 제대 후 어려운 집
안을 돕기 위해 공사장에서 일하다 추락하는 사고를 당
하게 됩니다. 어머니 신순희씨는 타인의 도움 없이는 아
무것도 할 수 없는 35살 아들이 있습니다... 어머니는 방
송 프로그램의 취지에 따라 소중한 인연의 주인공으로 나
를 지목했다.
그 프로그램의 하이라이트는 성모의 영상편지였다.
성모는 여전히 손가락 하나 꼼짝 못 하는 상태였다. 성모
는 안경에 붙은 센서로 침대 맞은편에 있는 자판을 조준
했다. 머리를 끄덕거려 자판을 하나하나 맞춰가며 한 글
자 한 글자가 만들어 문장을 써갔다. 그리고 그 편지를 인
공호흡기와 엇박자를 이루며 어렵사리 읽어가는 모습은
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애간장이 타들어 가고 가슴이 미
어지게 했다.
내가 울컥 눈물이 쏟아지려는 것을 애써 참으며 할 수 있
는 말은 “오호! 정말 감동적이네요!” 뿐이었다.
이 방송은 어머니가 손수 준비해 오신 도시락으로 나에
게 점심 대접을 한 후 서로 헤어지는 장면으로 이어졌다.
어머니는 “선생님을 잊을 수가 없을 거예요” 라고 하셨
고, 나는 “계속 만날 거예요, 제가 찾아갈게요” 라고 대
답했다.
방송은 잔잔한 멘트로 막을 내렸다.
“환자와 의사 그리고 보호자로 맺은 만남의 소중한 인연,
영원히 이어가길 바랄게요!”
사실 나는 성모를 방문하기 전에 공대교수를 찾아가 성모
모자의 처절한 상황을 설명했다.
성모의 영상편지를 본 교수는
“선생님께서 이런 면도 있으셨네요?”하며 장난기와 감동
섞인 말을 건넸다. 그리하여 동반하게 된 공대생들을 성
모 침대에 둘러서게 한 후 나는
“의학의 발전은 공학의 힘으로 이루어진다고 봐.
현대 의학으로서는 성모를 위한 치료에 한계가 있어. 그
래서 오늘 여기서 여러분에게 부탁하는 거야.
성모가 더욱 편안하게 글을 쓸 수 있게 할 수 있는 프로그
특별기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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제주대학교병원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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